자유 그리고 경험
코스톨라니, [돈, 뜨사차다]- 2장, 증권동물원 본문
이번 장은 , 의사처럼 진단을 내리는 순종투자자를 설명하기 위해 증권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들을 둘러보는 장이였습니다.
태초에 투기가 있었다
코스톨라니는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Homo Ludens) 라고 많이 표현합니다. 투자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속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도박처럼 즐긴다고 볼 수 있겠지만, 주식투자의 실패에서 비롯된 절망감 뒤에 반드시 그 상처를 아물게 하는 기회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하는 등. 실패까지 긍정적으로 보려는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투자,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돈이 많은 사람은 투자할 수 있다.
돈이 조금밖에 없는 사람은 투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돈이 전혀 없는 사람은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돈이 전혀 없다는 말은 집세를 낼 수 없거나, 노후연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노후연금은 받는 건데 부담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ㅠ
돈이 많은 사람은 투자라는 '지적 모험' 을 떠날 수 있다고 합니다.
투자자의 두번째 물질적 조건은 시간적 제한 없이 돈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를 해서 3년 뒤에는 집을 사고, 5년 뒤에는 회사를 차리는 등 장담을 해서는 안됩니다. 언젠가는 돈을 벌 수 있겠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정기적인 수익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돈이란 무엇인가] 의 퀴즈를 보면, 투자자는 회계를 해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그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투자를 생계를 위한 것으로 보지 않고 정말 놀이로 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나오는 것일까요? 저도 정말 안 쓸 돈 1000만원 정도만 만들어서 투자를 해야하나 싶습니다.
중개인: 매상만 계산하는 사람
시세 차익이 아니라 고객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살려고 하는 줄 알고 한 종목을 내내 칭찬하다가도, 실은 팔려고 물어봤다는 말에 '파는 것도 괜찮아요' 라고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머니매니저: 백만 달러의 지배자
큰돈을 주무르지만, 자기 돈이 아니라 고객의 돈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승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금융자본가: 시장의 큰손
사업을 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차익거래: 이미 멸종하고 있는 거래
시간이 아닌 '공간상에서의 투자' 입니다. 어느 경우든 위험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지만, 통신이 발달한 요즘은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단기투자자: 주식시장의 사기꾼
진지한 숙고도 하지 않고, 전략도 짜지 않습니다. 100원을 벌기 위해 100만원을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들이 있기에 시장이 유동적이 되고, 주가의 불정한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기에 존재가치는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100만원을 넣어서 4000원을 벌고 나온 공모주 단타가 생각나서 반성하게 됩니다.
장기투자자: 주식시장의 마라토너
몇 십년 뒤의 노후나 후손들에게 유산을 남기기 위해 주식을 사고, 시세 변화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우량 주식에 골고루 투자합니다. 장기투자자들에게는 소위 블루칩 기업이라고 하는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장기투자자는 언제 투자를 시작했든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장기투자자는 적은 액수의 돈으로 짧은 시간 내에 백만장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장기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인덱스 펀드나, 미국의 DIA 같은 펀드에 투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순종투자자: 장기적인 전략가
순수한 종이라는 뜻으로 순종(純種) 투자자라고 쓰고 있는데 단기투자자와 장기투자자의 중간쯤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장기투자자들과는 반대로 순종투자자는 모든 뉴스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나 단기 투자자들처럼 모든 뉴스에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금방 포기하지 않지만, 뉴스가 너무 결정적이어서 자기 진단의 기초가 흔들릴 때, 그리고 기존의 판단과 위배될 때는 움직입니다. AT&T를 배당때문에 샀는데, 얼마전 배당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매도한 것이 생각나네요.
화폐와 신용 정책, 금리 정책, 경제 성장, 국제 사회에서의 위치, 무역 수지, 사업 보고서 등등을 봅니다. 지적인 전략을 세우고 매일 매일 일어나는 사건들과 이를 비교하고 평가해 봅니다. 순종투자자는 옳든 그르든 독자적인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그를 단기투자자와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금융 자본가와 다른 점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경영이 부실해지면 그 경영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를 버리기를 택한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직업이 아닐 수 없다고 합니다. 저도 투자를 하면서 이 부분에서 매번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별볼일 없는 전화, 텔레비전, 인터넷 신문에서 행간 사이에 숨어 있는 무엇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가며 마치 눈을 뜨고 자는 악어 마냥 항상 일상적인 위험이 익숙해져야 합니다. 투자는 부와 파산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입니다. 투자는 부와 파산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입니다. 돈,인내,강인한 신경으로 무장한 훌륭한 배와, 경험이 풍부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똑똑한 항해사가 필요합니다.
순종 투자자는 발자크의 [우아한 인생]에서 구분한 일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아무것도 안하는 인간 중 생각하는 인간입니다. 순종 투자자는 기자처럼 뉴스를 찾아다니며 모으고, 의사처럼 분석하고 진단합니다. 만일 병이 진단한 것과 달리 진행된다면 그는 다른 진단을 내려야 합니다.
투자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습니다. 그의 무기는 첫째도 경험이고 둘째도 경험입니다. 이 대목에서 일생에 적어도 두 번 이상 파산하지 않은 사람은 투자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말이 나오네요. 조금 과장하자면, 성공적인 투자자는 100번 중 51번 이익을 얻고 49번 손실을 본 사람입니다. 실패도 경험상으로는 수익(+) 인데, 이때 수익은 손실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연구했을 때 가능하다고 합니다. 실패에 대한 진지한 분석만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성공도 철저하게 분석하면, 수익도 얻고 경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각한 것보다 낮은 수익도 실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 단타를 들어갔는데, 200원정도 벌고 쫄려서 나왔을 경우, 공모주 수익이 생각보다 안 나온 경우) 분석만 잘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경제를 전공한 자가 증권거래소에 오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지난날에 죽어라 배운 모든 것을 완전이 잊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실물경제도 잘못 예언하는데 증권시장을 제대로 진단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워런버핏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와는 달리 코스톨라니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돈을 묻고 보는 장기투자자보다는 계속 생각을 하되, 경박하게 움직이지 않는 포지션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요즘은 장기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투자,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섹터를 보면 저랑은 이유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장기로 아껴서 늙어서 돈 많으면 무슨 소용이냐, 조금이라도 빨리 벌자' 는 마음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볼까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코스톨라니는 돈은 이미 어느정도 확보한 이후에 '지적 유희' 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월급을 나눠서 어느정도 비중은 장기처럼 투자하고, 어느정도 비중은 순종 투자자처럼 투자하는 식으로 해야하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엔 월급이 많아야 이런 비중 조절도 의미가 있겠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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