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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 아쉬움 가득한 후기(스포 포함)

배아줄기세포 2021. 11. 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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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에 개봉한 영화 '듄'을 보고왔습니다.

아는 얼굴이 많은 영화, 듄

저는 영화를 볼 때 스포를 잘 안보고, 심지어 어떤 내용인지도 안보고 보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포스터와 감독 이름만 보고 영화를 봤습니다.

'드니 빌뢰르' 감독은 최근에 재밌게 본 '컨택트' 의 감독이기에 믿고 봤습니다.

참고로 '컨택트'의 원작인 '테드 창'의 '네 이생의 이야기' 라는 SF도 꽤 재밌습니다. 영화랑은 약간 다른 내용이니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같은 책에 있는 다른 이야기들도 'SF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라고 생각 하게 해줍니다. 전반적으로 신선한 책이에요.


영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듄(ebs한글로 치면 듄인데)은 1965년에 쓰여진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처음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영화에 실망했습니다.

소설 듄,  1권 표지

Part 1

이라는 부분은 알고 들어갔었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단편에 기승전결이 모두 들어있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긴긴 영화 시간을 거쳐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는 뉘앙스를 피우면, 영화의 원작 팬이라면 가슴이 두근거리겠지만, (혹성탈출 리메이크에서 저는 두근거리더라구요). 영화가 별로였다면 맥이 풀립니다.  part 1 이라는 시작부터 불안했던 이번 영화는 주인공이 개고생을 해서 겨우 사막을 탈출했는데 여행을 시작하며 영화가 끝나서 영화를 보고 나오기 전 맥이 탁 풀려버렸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영화를 보면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잘 모르는 저도 알아볼 수 있는 반가운 얼굴들이였습니다. 정작 주인공인 '티모시'는 잘 몰랐지만. 스파이더맨:홈커밍의 여자주인공으로 나왔던 '젠데이아', 가디언즈오브 갤럭시 문신 개그 캐릭터 이자 프로레슬러 '데이브 바티스타',   '아쿠아맨'에서 아쿠아맨 그 자체. 상남자의 정석을 보여준 '제이슨 모모아' 등등. 캐스팅에 돈 꽤나 썼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중간 영화에 몰입이 안될 때도 있었습니다.

 

뻔한 전개 속 디테일한 설정, 지나친 반복

이제 스토리를 볼까요. 사실 '이제 시작이다' 편에서 기대할만한 스토리는 없는 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튜토리얼 답게 주인공의 능력 소개, 배경 소개 위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막에서 생존을 위한 디테일한 설정들. 주인공의 혈통과 관련한 설정들은 하나하나 짚어줬는데, 이런걸 짚어주느라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데는 조금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막에서 생존하기 위해 물을 재활용하는 수트, 모래벌레에 대비하기 위한 발걸음과, 각종 기기들 등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요소는 꽤 되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건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실 하나씩 뜯어보면 어디선가 봤던 요소들이기도 하고 연출 자체가 그런 상상력 요소를 강조하면서 이야기 중간다리를 있는 설명은 뒷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설정 중에 하나가 주인공이 '미래를 본다' 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계속 꿈 속에서 '젠다이아'를 보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는데 지겨운 반복이 영화를 루즈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반전적인 요소나 추리적인 전개를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꿈대로 쟤네들 만나서 결국엔 주인공 도와주겠네' 가 뻔히 보여서 뒷내용이 궁금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주인공 폴이 괴로워하면서 '모두가 내 이름을 외치며 내 이름으로 종교전쟁을 한다' 고 하는데, 이 때문에 2.3편에서는 종교전쟁하는거 화려하게 보여주며 끝나겠구나 하고 볼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 웃는 것 좀 그만 보여줘!

 

건너뛰는 전개, 그럼에도 최종 진도는 느림

도인 같은 분위기의 '유에 박사'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죽고,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 박사는 이 전에 두 번정도 밖에 안 나온 인물이라 충격이 크지 않았습니다. 또 그가 배신을 한 이유인 '아내가 고통받는다' 도 눈으로 보지 못하는 관객들로써는 공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제국 최고의 군대' 라고 나온 아에테리스 가문이 갑자기 누가 쳐들어오는지도 모르다가 무방비로 무너지고 나서 '제가 통신장비도 교란하고, 방어막도 끄고, 공작도 데려왔습니다' 라는 말로 퉁치는 건 좀..

 

스파이스 채취 이권을 둔 다툼도 정치적으로 그럴듯한 이유가 책에는 있을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는 황제가 집 빼라고 하길래 뺐다가, 황제가 군대 빌려주니까 다시 쳐들어가서 사막을 차지하는 걸로 보이는데. 집은 황제가 빼라고 했는데 화는 왜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내는건지 통..  황제의 계략을 알면서도 싸우는 두 가문의 계산속도 보여줬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황제도 되고, 종교 전쟁도 겪고 할일이 태산인데 1편에서 이 정도 진도 나간 걸로 봐서는 최소 3.4편 더 나올 것 같은 기세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도 '폴'이 애기애기하던 시절 스토리의 비중이 크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내용들

정계를 뒷쪽에서 주므르며 본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혈통을 교배하는 '베네 게세리트' 설정이 신선했습니다. 이들은 '구원자'를 실제로 믿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구원자=메시아'가 실제로 등장했을 때를 대비해 일부러 사막에 가서 종교작업을 해 놓는 등 (영화에서는 '길을 닦는다 ' 고 표현했더라구요) 치밀함도 보여줍니다.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조종한다는 설정도 다른 곳에서 많이 나오는 소재이긴 하지만 연출이 재밌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사막에서 주머니쥐의 귀가 진동하는 듯 하더니 물이 생겨서, 그 물을 주머니쥐 자신이 먹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순간이였지만 상상력.디테일이 잠이 조금 깼습니다. 이 외 기타 사막 관련된 설명이 재밌었네요.


 

총정리

'듄' 소설 팬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많은 내용을 압축해 담아내려고 하니 갑작스러운 전개가 꽤 됐고, 그 전개중 액션은 또 보여줘야 해서 시간은 늘어났습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내용들이 이렇게 재현되어있다니!' 라는 마음을 품고 봤으면 저도 두근거리면서 봤을 것 같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꿈에서 젠다이아 보는 장면은 좀 자제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처음으로 블로그에 써보는 영화리뷰 '듄' 감상 후기였습니다.

저도 이동진 평론가처럼 한줄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시간을 오가는 설정아, 반복에 갇혀버렸구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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